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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2시간땐 직원 월급 반토막… 누가 중소기업서 일하려 하겠나”

++농산물++ 2020. 11. 13.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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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개혁 제로 文 정부] [2] 조선 협력사 운영 김수복씨 분통
“월급 400만원 받다가 200만원 받으면 자식 키우면서 살 수 있겠습니까? 정말 현실을 모르는 얘깁니다.”

삼성중공업의 협력업체 척추산업을 운영하는 김수복(58) 대표는 50일 후면 계도 기간이 끝나고 실제 시행되는 ‘주 52시간제’ 때문에 “너무 답답하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직원 150명인 척추산업을 포함해 삼성중공업, 대우중공업 등 조선사 5개의 420여 협력업체 대부분이 내년 1월 1일부터 주 52시간제를 적용받는 근로자 50~299인 중소기업이다.

김 대표는 주 52시간제가 도입되면 직원들 임금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협력업체 직원들은 대부분 시급이나 일당 근로자이기 때문에, 근무 시간 단축은 곧 임금 삭감이다. 현재 경력 10년 차 기술자들은 월 350~360시간씩 일하고 400만원(시급 1만2000원) 이상 받는다. 그런데 주 52시간만 일하게 되면 월급이 200만원대로 뚝 떨어진다. 지금도 시급이 낮고 일은 힘들어 사람 뽑는 게 어려운데, 주 52시간제로 임금이 줄어들면 다른 일터로 떠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직원들이 투 잡(two job)을 뛰거나, 주말에 막노동을 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3일 오후 경남 거제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해양플랜트 조립 공장에서 협력업체인 척추산업 김수복(가운데) 대표가 작업하고 있는 직원들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우리 같은 중소기업에 주 52시간제가 도입되면 숙련된 직원들 월급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고, 그러면 다른 일자리로 떠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동환 기자
그렇다고 회사가 시급을 마냥 올려줄 여력도 안 된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국내 조선업 불황이 수년째 지속했고, 협력업체가 원청에서 받는 단가도 최근 3년간 35%가량 줄었다. 이미 문 닫은 협력업체도 수두룩하다. 올해는 지난해 수주한 선박으로 버텼지만, 코로나로 선박 영업을 못 해 내년은 ‘역대 최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교 졸업 후 대우중공업 협력업체에서 일을 시작해 1995년 경남 거제에서 지금 회사를 세우고 IMF, 글로벌 금융 위기까지 버틴 김 대표지만 “지금처럼 힘든 적은 없었다”고 했다. 그는 “협력사 대표들 대부분 빚도 많고 회사를 접고 싶을 만큼 힘들지만 방법을 몰라 어쩔 수 없이 버티는 상황”이라면서 “최저임금을 엄청나게 올리더니, 이제 주 52시간제까지 도입한다고 하면 누가 더 버틸 수 있겠느냐”고 했다.


김 대표는 조선업 특성상 주 52시간제는 적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조선업은 야외 작업이 70% 정도를 차지해 1년 중 날씨 좋은 4~5개월간 바짝 일해야 한다. 공기(工期)를 맞추려면 연장 근로를 할 수밖에 없다. 특히 선박 외부 페인트칠은 주당 70~80시간씩 걸리는데, 페인트 통은 한번 열면 서서히 굳어버리기 때문에, 일을 멈췄다 하기도 어렵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노사가 합의하면 3개월 안에서 근무 시간을 늘리고 줄여 평균 52시간을 맞추는 ‘탄력근로제’를 허용하지만, 김 대표는 “3개월로는 턱도 없다”고 했다. 그는 “앞 공정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공정들이 줄줄이 밀리게 되기 때문에 시간을 정해 놓고 일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이런 상황이 일찌감치 예견됐는데, 지금까지 정부나 정치권 그 누구도 해결책을 마련하지 않은 것에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내가 국회의원까지 찾아가서 주 52시간제를 도입하면 우리 큰일 난다고 호소하고 다녔지만, 아직 해결된 게 없다”면서 “우리 조선사 협력업체만 해도 6만~7만명이 일하고 있는데,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누군가 한 번은 들여다봤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다. 김 대표는 “과거 주 5일제는 7년에 걸쳐 도입됐는데, 주 52시간제는 3년 만에 적용하는 셈이라 가뜩이나 경기 침체와 코로나로 힘든 기업들 부담이 너무 크다. 추가 계도 기간을 주고 대책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했다.

김 대표도 근로자의 장시간 근로를 막자는 주 52시간제의 취지에는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마다 사정이 다 다른데, 국가가 일률적으로 강제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결국 기업이 살아야 노동자들에게도 잘해줄 수 있는데, 정부가 이런 사정은 전혀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김연주 기자 caro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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