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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극한직업’의 흥행질주

++농산물++ 2019. 2. 14.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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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극한직업’ 포스터.

반전 상황으로 만든 웃음 폭탄

마약반 형사들, 잠복근무 위해 치킨집 운영하며 벌어지는 이야기

웃긴 상황 속 소상공인 애환 담아 코미디 영화의 가치·미덕 담겨
 


또 하나의 한국영화가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영화 <극한직업>이다. 이 작품은 65억원을 들여 만들었다. 약 160억원의 제작비 투자로 지난해말 기대작 대열에 올랐던 <스윙키즈> <마약왕>이 150만 안팎의 관객을 모은 데 비춰보면 한마디로 ‘상상초월’이다.

어떻게 이런 기적 같은 흥행이 가능할까 싶지만, 막상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 영화가 갖고 있는‘웃음의 강도’ 때문이다. <극한직업>은 그야말로 ‘빵빵 터지는’ 영화다. 영화감독부터 배우까지 ‘웃기겠다’고 작정이나 한 듯 몸을 사리지 않는다. 영화 초반 배우 이하늬가 달릴 때 굳이 느린 화면으로 부들부들 떨리는 볼살을 보여주는 것부터가 그 ‘작정’의 증거다. 그야말로 감독은 작정했고, 배우들은 불살랐다.

<극한직업>은 미국의 유명 영화감독인 우디 앨런의 영화 <스몰 타임 크룩스>를 떠올리게 한다. 이병헌 감독도 인터뷰를 통해 <극한직업> 시나리오를 보고 자신이 좋아했던 우디 앨런의 스타일이라 반가웠다고 밝힌 바 있다. <스몰 타임 크룩스>는 좀도둑이 은행을 털 계획으로 은행 옆에 차린 쿠키 가게가 대박나는 내용을 다룬 코미디 영화다. <극한직업>은 형사들이 마약 범죄조직을 소탕하기 위해 치킨집을 인수해 잠복근무를 하던 중 치킨집 장사가 잘되면서 벌어지는 코미디를 담았다. 두 영화는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른 지점이 많다. 특히 치킨집이라는 설정은 우리 정서에 맞는 새로운 이야기들이 만들어지는 중요한 요소다. ‘마약떡볶이’처럼 맛있는 음식 앞에 ‘마약’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표현과 실제 마약 유통과 치킨 프랜차이즈를 연결시킨 대목도 재밌다.

<극한직업>은 이질적인 요소들을 맞붙이면서 만들어지는 반전 상황의 웃음을 극대화해서 보여준다. 잠복근무를 주제로 한 형사물과 치킨집이란 요식업 소재가 더해져 기상천외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틀어져가는 과정이 그렇다. 치킨집이 대박을 터뜨리게 된 가장 큰 이유로, 마형사(진선규 분)의 부모가 운영하는 왕갈비집 양념을 치킨에 접목한다는 아이디어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탄생한 치킨집의 대표 메뉴가 이른바 ‘수원왕갈비 통닭’. 이 얼마나 참신한 퓨전인가.  

마약반 형사들이 주인공이고, 마약을 유통하는 조폭들이 그들이 검거해야 할 대상이기 때문에 영화엔 긴장감 넘치는 추격전과 액션 장면이 깔린다. 그러나 실상 이 영화의 목적은 이런 긴장감을 허물어뜨렸을 때 생겨나는 폭소다. 마약반을 이끄는 고 반장 역할의 류승룡은 특유의 진지한 얼굴 속에 담긴 슬픈 가장의 모습을 통해 웃음을 만들어내고,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하늬는 터프한 여형사로 변해 지금까지의 이미지를 깨뜨리는 코믹 연기를 선보인다. 특히 칭찬하고 싶은 이는 배우 진선규다. 영화 <범죄도시>에서 진선규의 살벌한 조폭 연기에 강렬한 인상을 받은 관객들은 <극한직업>을 통해 그가 가진 귀엽고 사랑스러운 면모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극한직업>의 매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 영화는 마치 2시간 동안만이라도 힘든 현실을 잊으라고 웃음이라는 위로의 선물을 주는 듯하다. 치킨집을 소재로 함으로써 소상공인들의 절박한 심정까지 껴안으며 웃음으로 아픈 현실을 공감해준다. 이를 통해 시종일관 시원한 폭소를 터뜨리고 영화관을 나서는 이들의 얼굴에 미소를 머금게 해준다. 웃기지만 우습지는 않은, 코미디 영화가 가진 가치와 미덕을 새삼 느끼게 해주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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